새농민 12월호

PC통신 이용해 토종 홍화씨 판매하는 배문열 씨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집에서 편안히 앉아 주문만 받고 팔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농사를 시작한 지 올해로 4년째인 배문열씨는 농산물을 수확해도 출하를 걱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일정한 판로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농산물을 싣고 일일이 소비자를 찾지도 않는다. 홍화씨 판매를 위해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하루에 한번 정도 컴퓨터 앞에 앉아 PC통신 천리안 게시판에 자신이 재배하는 홍화씨를 홍보하는 광고를 띄우는 것이다.

PC통신을 이용해 토종 홍화씨를 판매하는 그를 보고 사람들은 '사이버 농민'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그는 이 말이 영 쑥스럽기만 하다. 그도 그럴것이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배씨는 컴퓨터를 전혀 다룰 줄 모르는 '컴맹'이었기 때문이다.

한때 대구에 있는 섬유 회사에 다녔던 배씨는 회사가 부도 나는 바람에 아예 고향으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무슨 작목에 손대야 할지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신약본초'라는 책에서 홍화씨에 대한 내용을 보고 3~4년 시험재배를 했다.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올 봄.

5천 평 규모에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어떻게 하면 홍화씨를 팔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던 그에게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농사를 지으면서 판매까지 신경 쓴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홍화씨의 경우 전국을 대상으로 해야지 대구 근처에만 팔아서는 판로가 넓지 않아 어려움이 많아요. 그렇다고 농사 지으면서 전국을 돌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그래서 생각해낸것이 PC통신을 이용하는 것이었지요."

전혀 컴퓨터를 다룰 줄 몰랐던 배씨는 바로 컴퓨터 관련 책을 구입해 공부를 시작했다. 그때가 지난해 겨울. 학원에 나가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매일 다니는 것도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 었기에 아예 독한 마음을 먹고 독학을 하기로 했다. 혼자 공부하려니 익히는 속도가 느렸지만 그래도 하루빨리 배워 통신에 띄워야 겠다는 생각에 서둘렀다.

"지난 2월 부터 통신에 올리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7월이예요. 통신 광고를 게재한 후 하루에 오는 문의 전화만 7~8통 정도 됩니다."

배씨는 홍화씨를 사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전국 어느 곳이라도 택배를 이용해 배달해 준다. 한 근에 9만5천원하는 홍화씨를 지금까지 1백40명에게 판매했다.

배씨는 PC통신 뿐 아니라 3개월간 5만여명에게 홍화씨를 선전하는 전자우편을 보냈다. 이를 위해 전자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을 찾아가 한번 띄우기만 하면 여러명에게 전달되는 기술을 익히느라 밤을 새운 적도 여러 날이었다.

"홍화씨가 관절염, 교통 사고 환자는 물론 골다공증이나 각종 디스크 환자에게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요즘은 값싼 중국산이 국내산으로 둔갑해 팔리고 있어 걱정입니다. 수입품은 한 근에 5천원 밖에 하지 않아요. 하지만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토종 홍화씨의 경우 비싼 만큼 약효도 10~20배 뛰어나다고 확신합니다. "

앞으로 토종 홍화씨에 대한 홈페이지를 개설할 계획이라는 배씨는 요즘 이를 위해 인터넷을 배우느라 열심이다. 배씨는 내년에는 1만평 정도 면적에 홍화씨를 재배할 계획이며, 토종 홍화씨를 재배하고자 하는 농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씨앗을 공급할 생각이라고...

(새농민 12월호 사람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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